배우자를 보는 기준을 낮춰야 결혼할 수 있을까?

배우자를 보는 기준을 낮춰야 결혼할 수 있을까?

눈 낮춰서 결혼하면 행복해질까?

이 질문은 많은 미혼 남성들의 심정을 정확히 담고 있다. 혼자인 게 편하긴 한데, 괜찮은 사람 있으면 만나고는 싶다. 그런데 아무나는 싫다. 그럼 어쩌라고?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건데... 정말 그럼 행복할까?

통념: "기준을 낮춰라, 그래야 결혼한다"

이 말은 자주 나온다. TV 예능에서도, 결혼정보회사 광고에서도, 심지어 주변 선배들까지도 이렇게 말한다.

뭐 하는 사람이 가장 좋은 배우자야. 성격 좋으면 장땡이야.
너무 높은 기준 갖지 마, 그럼 아무도 안 잡혀.
눈 낮추고 결혼하는 게 낫지.

표면적으로는 타당해 보인다. 결혼 상대가 부족한 시대니까, 기준을 낮춰야 누군가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정말일까?

통계가 말하는 불편한 진실

통계청 2024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배우자와의 관계에 만족한다는 기혼자가 75.7%다. 숫자만 보면 꽤 높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혼에 만족하고 있다는 뜻 아닌가?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나온 다른 질문의 답변이 흥미롭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의 배우자와 다시 결혼하시겠습니까?

결과는 이렇다:

  • 지금의 배우자와 다시 결혼하겠다 = 29%
  • 다른 사람과 결혼하겠다 = 35%
  • 결혼을 하지 않겠다 = 25%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만족도는 75%인데, 다시 태어나도 지금 배우자와 결혼하겠다는 사람은 29%뿐이다. 더 황당한 것은 이미 결혼한 사람 중 절반 이상이 "다른 사람과 결혼하거나 아예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는 점이다.

이게 무엇을 말하는가? 이것은 '만족'과 '행복'이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 상황에 타협하고 적응한 상태를 '만족'이라고 부르지만, 그것이 정말 내 선택이었으면 좋겠는 상황은 아니라는 뜻이다.

기준을 낮춘다고 행복해질까?

더 충격적인 연구 결과도 있다.

논문 '기혼여성의 배우자 선택방법에 따른 결혼만족도'에 따르면, 배우자를 선택하는 방법(연애로 만난 경우, 중매로 만난 경우, 절충으로 만난 경우)에 따른 결혼만족도는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결과를 자세히 보면 흥미로운 패턴이 드러난다:

  • 외적 요인에서 고려도가 높은 것: 직업
  • 내적 요인에서 고려도가 높은 것: 성격, 가치관, 성취욕, 정서적 성숙, 대인관계의 원만성

즉, 결혼 만족도에 진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얼마나 조건이 좋은가"가 아니라 "얼마나 성격이 잘 맞는가"라는 뜻이다.

그런데 기준을 낮춘다는 것은 뭘까? 보통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 "예쁘지 않아도 괜찮아" (외모 기준 낮춤)
  • "높은 학력 없어도 되지" (학력 기준 낮춤)
  • "연봉 많이 안 벌어도 돼" (경제적 기준 낮춤)
  • "성격까지 내 맘에 안 들어도... 뭐 어때" (성격 기준 낮춤)

여기서 문제는 마지막이다. 외모, 학력, 경제력 같은 것들은 낮추고 낮춰도 상관없다. 하지만 성격과 가치관만큼은... 낮춰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게 결혼 만족도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럼 기준을 낮춘 결혼은 어떻게 되나?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자.

기준을 많이 낮춰서 그냥 이 정도면... 하고 결혼한 사람들을 보면 어떻게 될까? 처음 3년은 괜찮다. 신혼 기간의 호르몬이 일을 한다.

하지만 5년, 10년이 지나면? 그때는 현실이다. 매일 같은 사람을 보고, 매일 같은 습관을 겪고, 때론 배우자의 모습이 처음 봤던 모습과는 달라진 것처럼 보인다. (사실은 그동안 외면했던 것들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때 남는 것은 뭔가? 이 정도면... 괜찮았지라는 타협이다. 만족이 아니라 포기다.

반대로 기준이 명확했던 사람들을 보면 어떨까? 물론 처음에는 만나기 어렵다. 요 정도 사람이 많지 않으니까. 하지만 만나면? 그 사람과의 결혼은 다르다. 왜 이 사람이었을까가 계속 생각난다. 매일을 함께하는데도 정말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적인 질문: 그럼 뭐 해야 하냐고?

여기서 누군가는 반문할 것이다.

근데 그런 사람을 어디서 만나? 내 기준에 딱 맞는 사람이 어디 있어?

맞다. 그런 사람을 만나기는 어렵다. 그게 현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거다:

기준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게 뭘 의미하는가?

첫째,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알아야 한다. 착하고 예쁜 사람 같은 추상적인 기준이 아니라, 정확하게.

  •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이 뭐지?
  • 라이프스타일은 어떤 게 맞지?
  • 함께 있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 사람이면 좋을까?

둘째, 그런 사람을 정말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 지자체 솔로파티? 효율성이 낮다는 건 이미 봤다.
  • 무작정 앱? 누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 검증도 안 된다.
  • 그냥 기다리기? 그 사람이 나를 찾을 가능성은?

셋째, 상대방을 제대로 알아봐야 한다는 뜻이다. 한두 번의 만남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상대의 진짜 성격, 가치관, 습관, 가정환경, 재정관 등을 충분히 파악하고 "정말 맞는 사람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준을 낮춰라 vs 기준을 명확히 해라

기준을 낮춘다는 것은 누군가는 필요하니까 아무나라도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건 서로를 존중하지 않는 출발이다.

기준을 명확히 한다는 것은 나는 이런 사람과 살면 행복할 것 같다. 그런 사람을 찾겠다는 뜻이다. 서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인정과 존중이 시작된다.

지금 당신이 혼자인 이유는 기준이 높아서가 아니라, 기준이 없었거나 불명확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혼자가 편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사실은 잘못된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보다 혼자가 낫다는 뜻일 수 있다. 그건 기준이 없는 게 아니라, 기준이 있다는 뜻이다. 다만 그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지 못할 뿐.

기준을 낮추지 마라. 대신 그 기준을 명확히 해라. 그리고 그런 사람을 정말로 찾기 위한 노력을 해라.

그때서야 결혼이 "타협"이 아니라 "선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