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에 연애, 연애 전에 썸 2
지난 글에서 우리는 결혼도 결국 관계로부터 시작된다는 것,
아무리 마음에 드는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더라도 관계를 만들어 갈 줄 모르면 결혼까지 이어질 수는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이야기했다.
연애를 할 줄 알아야, 썸부터 탈 줄 알아야 결혼까지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관계를 시작하는 하나의 팁으로 '상대방과의 적당한 물리적 거리 생각하기'라는 작은 예시를 들었다. 썸이 시작되기 전에는 테이블 하나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라. 상대방과의 심리적 거리를 의식하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썸을 시작하기 전 단계, 썸이 시작될까 말까 하는 단계에서는 그 거리를 유지해 주는 게 좋다. 이 단계에서 상대방은 당신을 아직 가깝게 느끼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거리를 너무 좁힐 경우 오히려 상대방의 방어 기제가 올라올 수 있다. 차근차근 상대방의 호감을 사야 하는 단계에서 상대에게 경계심을 불러일으켜서 좋을 건 없지 않겠는가.
본격적으로 '썸'이라고 부를 수 있는 단계에서는 팔 하나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갈 수 있는 게 일반적이다. 이 단계부터는 상대방과 개인정보들을 조금씩 공유하기도 하고, 둘 사이에서 소소한 스킨십이 시도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는 스킨십 조율 지점을 맞춰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썸 단계에서는 무조건 스킨십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어느 정도의 스킨십을 원하는지를 봐야 한다는 뜻이다.
이때 스킨십을 시도하는 사람이 반드시 생각해야 하는 점은, 상대방이 원하는 스킨십의 정도가 나와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팔짱? OK. 손잡기? OK. 그럼 뽀뽀도? 뽀뽀는 NO일 수 있다는 것.
이때 진도가 좀 빠르다고 느껴져서 스킨십을 거절하는 사람도 신경써 줘야 할 부분이 있다. 내가 지금 너의 존재를 거절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는 것이다. 스킨십은 거절하지만, 너라는 사람이 싫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을 알려 주는 것.
스킨십을 거절당하는 사람도 상대방이 아직 이 정도의 스킨십은 보류하지만, 앞으로 관계가 쌓이면 가능할 수 있으니 상심할 거 없다. 스킨십이 거절당하는 것과 당신의 존재가 거절당하는 것은 다르다.
내가 기대하는 진도와 상대방의 마음이 같지 않다고 해서 너무 실망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심한 경우 화를 낸다면 이 역시 상대방을 경계하게 할 뿐이다. 물러날 땐 깔끔하게 물러나자.
여기까지 읽어 보면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를 쌓아 나가는 과정에서 언제나 중요한 포인트가 무엇이어야 하는지 감이 올 것이다. 물리적 거리에서든, 스킨십에서든 나의 욕심이 아닌 상대방의 마음을 신경쓰고, 배려하는 것. 결국 거리를 가늠하고, 스킨십의 단계를 계산해 나가는 것은 작은 예시일 뿐, 상대방의 입장과 감정을 계속해서 배려할 수 있다면 이 모든 과정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는 상대방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 계속해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호감을 전달하면서도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신을 이미지 메이킹 할 것인가,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으로 남을 것인가.
이 차이는 만남 자리에서의 사소한 말과 행동들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내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 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말하고 행동할 것인지 점검하는 일은 필수가 아닐까? 좋은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